현악기의 원리
먼저 소리란 무엇인가? 란 질문에 답해보기로 하자. 소리란 바로 공기의 떨림(진동)인데 이 공기의 떨림이 파동의 형태로 우리 귀까지 전파되어 우리 귀의 고막을 진동시키기 때문에 우리가 그 진동을 소리로서 인식하는 것이다. 즉, 공기가 바로 소리라는 파동의 매개체인 것이다. 즉, 멀리서 누가 땡 하고 종을 치면 그 종의 떨림이 그 종 주변의 공기를 떨게하고 (공기의 압축과 팽창 운동을 유발), 그 공기의 떨림이 계속 옆의 공기에 전달되어 멀리 있는 우리 귀에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공기의 떨림 즉, 소리를 기술하는 지표는 딱 두개인데 하나가 주파수(진동수, frequency)이고 다른 하나가 세기(크기, 진폭, intensity)이다. 주파수는 공기의 떨림이 얼마나 빠르냐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초당 100 회를 떨었다면 그 소리의 주파수는 100 Hz가 된다. 소리의 세기는 소리파동의 높낮이 즉 진폭을 나타낸다. (sin 커브의 진폭을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보통 아유 귀청 떨어지네 좀 조용조용 얘기해라 라고 할때는 바로 소리의 세기에 대해 언급한 것이 되고 야 니 목소리는 너무 고음이어서 소름이 돋아 라고 하면 그것은 소리의 주파수에 대해 언급한 것이 된다.
우리가 음악에서 사용하고 있는 12음계는 바로 이 주파수가 서로 다른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악기라는 것은 결국 공기의 떨리는 주파수(진동수)를 조절해주는 기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렇다면 이제는 옛날부터 사용되어 오던 바이올린, 첼로, 기타, 피아노와 같은 현악기(피아노의 경우 타악기의 범주에 넣는 사람도 있지만 현의 떨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악기가 맞음)가 어떻게 주파수를 조절해주는 기계 즉, 악기로서 작동되어 왔는지에 대해 기타의 예를 들어가며 살펴보기로 하자.
1. 제 1 원리
현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의 주파수는 바로 현의 떨리는 진동수와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소리는 곧 공기의 떨림인데 현악기의 경우 현의 떨림이 주변의 공기를 떨게 만들기 때문에 현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의 주파수는 결국 현의 떨리는 속도 즉, 현의 진동수와 같게 된다. 그러므로 아래와 같이 현의 진동수가 현의 어떠한 성질들에 관계하는지만 알게 되면 우리는 현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의 주파수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2. 제 2 원리
현의 장력이 클수록 현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의 주파수는 높아진다.
우리가 기타줄을 팽팽하게 감고 튕기면 고음 즉 높은 주파수의 소리가 나오고, 느슨하게 푼 후에 튕기면 저음 즉 낮은 주파수의 소리가 나오는 것은 대부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즉 현의 진동수는 현의 장력에 비례하는데 (정확히 얘기하면 장력의 제곱근에 비례함), 이는 현의 장력이 커질수록 현이 제자리(튕기기 전의 상태)로 돌아오고자 하는 복원력도 커지게 되어 뉴튼의 운동법칙(F = ma)에 의해 현의 떨림이 빨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현의 진동수가 장력의 제곱근에 비례한다는 사실은 뉴튼의 운동법칙을 미분방정식 형태로 다루어서 풀면 나오게 되는데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3. 제 3원리
현이 가벼울수록 현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의 주파수는 높아진다.
기타줄은 총 6개의 현이 있는데 아래로 갈수록 현의 굵기 즉 무게가 작아지고 그에 상응해서 높은 주파수의 소리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현이 가벼울수록 그 진동이 빨라지는 것인데, 이것 역시 앞서 언급한 뉴튼의 운동법칙(F = ma)에 의해 설명되어질 수 있다. 즉, 일정한 장력하에 질량이 작아지면 가속도가 커지게 되어 현의 떨림이 빨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의 진동수가 현의 질량에 반비례하는 것,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해서 질량의 제곱근에 반비례하는 것 역시 뉴튼의 운동법칙을 미분방정식 형태로 풀면 자동적으로 구해지게 되는데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4. 제 4원리
현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의 주파수는 현의 길이에 반비례한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기타줄을 짚지 않고 튕길때와 중간을 짚고 튕길때는 딱 한 옥타브 차이의 음이 나온다. 이는 주파수가 정확히 2배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데 과연 왜 그러할까? 아마도 혹자는 그건 당연히 길이가 두배 줄었으니까 파장도 두배 줄어서 주파수가 두배 커진 것 아니냐 라고 간단히 얘기하겠지만 그러한 추론은 앞의 제 1원리에 위배된다. 왜냐하면 현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의 주파수는 바로 현의 떨리는 진동수와 관계가 있는 것이지 현의 길이에 직접적으로 관계하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현의 길이에 직접적으로 관계한다면 기타줄은 모두 길이가 같으므로 같은 주파수의 소리가 나와야 되는데 결코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맞는 추론은 과연 어떤 것이 될까? 그것은 바로, 길이가 두배 줄었으니까 복원력이 두배 커지고 또한 질량도 두배 줄어들기 때문에 진동수가 2의제곱근×2의제곱근 = 2 만큼 커지게 된다 라는 추론이다. 이를 좀 더 수식을 사용하면서 자세히 알아보자.
먼저 왜 현의 길이 L이 줄어들면 복원력 F가 커지는가를 알아보기로 하자. 그것은 힘의 벡터 성분을 살펴봐야 하는데 현을 옆구리 방향으로 x 만큼 잡아댕기면 그때 생기는 복원력 F는 장력 T의 탄젠트 성분이 된다. 즉 F = tan(x/(L/2))×T가 된다. 그런데 x는 L에 비해 매우 작으므로 tan 안에 들어있는 놈이 그냥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러면 바로 F = (2T/L)×x 가 된다. 즉 복원력 F는 L에 정확히 반비례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복원력 상수 K를 x에 상관없이 정의할 수 있게 된다. 즉, K = F/x = 2T/L. 실제로 현의 진동수는 이 복원력 상수 K의 제곱근에 비례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현의 길이 L이 줄어들면 질량 m이 반으로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는 당연한 얘기이지만 이것도 현의 선밀도 g를 정의해서 좀 더 수식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선밀도 g는 m/L로 정의될 수 있기 때문에 현을 이루고 있는 물질과 직경이 같다면 길이에 상관없는 값이 되고 그러므로 현을 기술하는 하나의 지표로서 사용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g를 정의한다면 m은 바로 g×L이 되기 때문에 현의 질량 m은 현의 길이 L에 정확히 비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앞의 사실들을 종합해보자. 앞에서 현의 떨리는 진동수 f가 복원력 상수 K의 제곱근에 비례하고 질량 m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므로, 이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f = sqrt(K/m) 이 된다. (sqrt는 square root의 준말이다.) 그러므로, K와 m을 위의 수식들로 치환하면 f = sqrt(K/m) = sqrt((2T/L)/(g×L)) = sqrt(2T/g)/L 이 되어 진동수가 정확히 L에 반비례하게 되는 것이다. 즉, 기타줄의 반을 짚고 튕기면 정확히 한 옥타브 높은 소리가 나오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원리에 기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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