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은 균류 중 곰팡이에 속하는 미생물이다.
엽록체가 있는 식물과 달리 버섯은 잎과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유기물에 붙어 기생하여 포자로 번식한다. 이렇게 생장하면서 버섯은 다른 균류처럼 다양한 성분의 물질을 합성, 분비 및 축적한다. 생장할 때의 대사과정의 범위는 매우 넓어, 세균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습도 ‧ 용존산소 ‧ pH 조건(3~5), 질소농도 등에서도 잘 자란다.
균류는 탄소원, 질소원, 무기염류 등을 이용하여 필요한 물질을 생성하기도 하고 물질들을 분해함으로써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이 중 탄소대사와 질소대사는 에너지를 생성하고 생성된 에너지를 이용하여 버섯균의 생장과 분화 등에 필요한 물질을 생합성하는데 필수적인 대사과정이다. 이를 흔히 1차대사과정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2차 대사과정은 특정 생물체의 특수대사 경로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화합물, 이들을 생성하는 생물체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생장에 필수적인 것은 아닌 항생물질, 균독소, 페니실린 ciclosporin 등 대사물질이 균의 생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을 때의 다양한 반응들을 의미한다.
1차 대사과정 중 버섯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하게 이용되는 영양원인 탄소원을 먼저 다루고자 한다. 버섯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광합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계에 존재하는 나무, 볏짚, 낙엽 등에 함유되어 있는 셀룰로오스 등을 분해하여 탄소원으로 이용한다. 탄소원은 버섯의 생활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주요한 영양원인데 버섯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탄소원을 이용하며 이용하는 탄소원의 양에도 차이가 있다. 자연 산물인 리그닌, 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 등이 버섯의 생장에서 주요한 탄소원이다. 탄소원의 사용 최적 농도는 1-5%이다.
탄소원 중 가장 핵심적인 물질은 당류이다. 당류는 버섯의 세포벽, 핵산, 저장성 화합물 등의 합성을 위해 항상 필요한 물질로 단당류의 포도당, 이당류의 설탕, 다당류의 셀룰로오스가 이에 많이 이용된다. 이 때 곤충기생성 동충하초를 제외하고는 버섯이 이용하는 당류의 대부분은 식물성이다. 이러한 식물성 탄수화물을 버섯이 이용하는 것은 중합체 분해효소 분비 후 단당으로 만들어지는 포도당을 흡수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대사를 통한 당류의 에너지로의 전환에 이 포도당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포도당이 해당작용(당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물질대사의 한 과정)과 구연산회로를 거치는 동안 여러 탄소화합물이 생성된다. 이들 중도적 생성물은 버섯균의 세포내에서 필요한 여러 아미노산, 유기산, 지방산, 복합당, 당알코올, 2차 대사물질 등을 만드는 대사경로로 들어가는 전구물질로 환원된다.
그 다음으로 설명할 질소원은 탄소원 다음으로 버섯의 생장에 있어 많은 양을 차지한다. 질소원은 버섯의 핵산, 아미노산, 단백질, 효소의 합성에 필수적인 영양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질소원은 충분하지 못하다. 몇몇 미생물은 질소를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형태로 전환시킨다. 이런 전환은 보통 토양미생물에 의한 산화작용, 탈질작용, 질소고정, 암모니아화작용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
공기 중의 약 80% 이상이 질소분자이지만, 질소분자는 질소원자가 3중 결합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균류는 대기 질소를 고정하여 사용할 수 없지만 다른 형태의 질소들을 이용할 수 있다. 사용 가능한 질소원으로는 유기태 질소원, 무기태 질소원, 복합 질소원이 있다. 펩톤, 각종 아미노산, 요소 등의 유기태 질소에서는 표고의 생육이 양호하다. 무기태 질소 중 암모늄염에서는 버섯의 생장이 좋지만 초산염 등에서는 생장이 나쁘다. 이러한 생장에 적당한 질소농도는 0.03~0.06%이다.
무기염류는 이 때 생체 촉매물질인 단백질성 효소의 조효소로서 버섯의 생장과 대사과정에 관여한다. 그래서 균사의 표면적은 이러한 무기염류를 흡수하기 위해 넓은 것이 특징이다. 무기염류 중 ‘인’이 특히 중요하다. 버섯의 핵산 ATP, 세포막, 인지질 등의 합성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쓰이는 곳이 많은 만큼 상당히 많은 양의 인산염이 대사에 필요하다. 하지만 인은 자연계에서 쉽게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 균류는 인을 흡수하는 기작이 발달하게 진화해 왔다. 인산가수분해효소를 분비하는 낙엽, 목재, 부식질과 같은 유기물에서 나온 인산염을 분해하거나, 유기산을 분비하여 pH를 낮추어 토양 입자에 존재하는 무기인산염을 용해함으로써 인을 이용한다. 과량 흡수된 인은 폴리인산염의 형태로 저장된다.
그 다음 2차 대사물질을 설명하기로 한다. 회분배양에서 생장이 정지할 경우와 연속배양에서 기질의 제한을 받을 경우에 일어나며, 이 때 1차 대사에 의해 생산된 전구체에 의해 2차 대사물질이 생성된다. 성장기와 생성기로 구별되며 성장기 초기에 대부분 미생물은 자신의 항생제에 민감하지만 생성기에는 저항할 수 있게 바뀐다. 성장기 말기에는 2차 대사산물에 관련된 효소가 생성되기 시작한다.
2차 대사산물의 특징을 정리해보았다.
첫째, 개개의 이차 대사산물은 비교적 소수의 생물에 의해서만 생산된다.
둘째, 이차 대사산물은 외형상 생장이나 생식 작용에는 필수적이 아니다.
셋째, 이차 대사산물의 생성은 생장 조건, 특히 배지 조성에 예민하게 좌우된다.
넷째, 구조적으로 유사한 두 종 이상의 이차 대사산물이 동시에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 이차 대사산물은 때때로 극도의 과잉 생산이 가능하지만, 일차 대사산물은 생장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극도의 과잉 생산은 대개 일어나지 않는다.
여섯째, 중간대사산물로부터 만들어지거나 특이적인 유전자들에 의해 암호화된 특이적인 효소로 된 경로를 따른다.
대사산물 종류로는 항생물질, 색소, 호르몬, 독소, 방향성 물질 등이 대표적이며 이중 항생물질인 페니실린류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페니실린은 1929년에 알렉산더 플레밍에 의해서 Staphylococcus 세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Penicillium chrysogeum의 대사산물로 처음 발견되었다. 그는 1차대전에 참전했다가 수많은 군인들이 상처감염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고 항생물질을 찾는 연구를 했다. 1928년 여름, 한달 간의 휴가를 보내고 실험실에 돌아와 보니 배양하던 세균들 중 일부가 오염되어서 곰팡이가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오염된 배지 중에서도 곰팡이 가까운 곳의 세균들은 죽어버렸고 곰팡이와 먼 곳의 세균들은 멀쩡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곰팡이가 분비하는 어떤 물질이 세균을 죽인 것이라고 판단하고 관찰한 결과, 이 곰팡이가 Penicillium notatum이라는 종임을 알아냈다. 그리하여 모든 종류의 세균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꽤 다양한 종류의 세균을 죽이는 효능이 있는 이 물질에 페니실린(Penicillin)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플레밍이 페니실린의 존재를 발견했지만 이 물질을 안정한 형태로 정제하지 못하였으며, 1940년대 초기에 2명의 영국학자 Florey Chain에 의해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에서 정제법이 개발되었다.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의 목표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것이다. 세포를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약이라는 점에서 항암제와 비슷하지만 박테리아를 죽인다는 점에서 훨씬 그 개념이 단순하다. 항암제의 경우 죽여야 할 세포와 죽이지 말아야할 세포를 구별하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항생제는 그렇지 않다. 박테리아랑 인간 세포는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 차이점을 이용해서 인간 세포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세균만 공격하는 것이 모든 항생제에 공통된 작용 원리의 핵심이다.
페니실린은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부수는데, 인간 세포에는 이 세포벽이라는 구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아무 영향이 없지만 박테리아는 세포벽이 부서지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처럼 박테리아만을 선택적으로 죽인다고 해서 항생제를 가리켜 마법의 탄환 magic bullet이라고도 한다.
박테리아의 세포벽은 펩티도글리칸이라는 그물망 같은 구조물인데 박테리아가 자라거나 분열을 하려면 이 구조물을 부수고 다시 붙이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한다. 이때 트랜스펩티다아제라는 효소가 각 조각들을 이어붙이는 역할을 한다. 페니실린은 이 효소를 망가뜨려버린다. 그러면 세포벽은 한 번 부순 다음에 다시 붙일 수가 없게 되므로 결국 박테리아가 죽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박테리아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박테리아의 종류에 따라 효과가 다른데 원인은 박테리아가 가지는 구조와 효소에 있다. 박테리아는 크게 그람양성균과 그람음성균으로 나뉜다. 그람이라는 특정한 염색기법에 의한 염색 여부에 따라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였다. 이 염색여부의 차이는 세포벽의 구조에 기인한다. 그람음성균은 위에서 설명한 세포벽 외에 그 바깥쪽에 또 한 겹의 외막이 있어서, 페니실린같은 물질이 잘 통과할 수 없도록 하며 염색도 되지 않게 한다.
좌 그람양성균, 우 그람음성균 왼쪽 그람양성균에 페니실린이 효과적이다. |
그람음성균한테 페니실린이 잘 먹혀들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효소 때문이다. 대부분의 그람음성균은 페니실린을 부수는 효소를 만들어낸다. 이 효소를 베타-락타마아제라고 한다. 이 효소는 페니실린 구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각링 부분을 부수어 버리기 때문에 약이 효과가 없어진다.
빨갛게 표시한 부분이 바로 베타-락탐(beta-lactam)이라는 구조이다.
그람음성균이 가지고있는 베타-락타마아제가 이 구조를 부셔버린다.
페니실린 자체의 약점으로는 이 베타-락탐이라는 사각링이 굉장히 불안정한 구조여서 먹는 약으로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소화되는 과정에서 분해되지 않고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페니실린의 구조를 조금씩 바꿔가면서 테스트해보기를 반복한 끝에, 기존의 페니실린이 먹혀들지 않던 종류의 박테리아도 죽일 수 있는 물질(암피실린ampicillin 등), 베타-락타마아제로부터 공격을 덜 받는 물질(메티실린methicillin 등), 안정성이 높아서 먹는 약으로 쓸 수 있는 물질(페니실린 V 등) 등등을 찾아냈다. 이러한 ‘∼실린(-cillin)’이라는 이름의 약은 다 페니실린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들. 여기 언급한 것들 외에도 수없이 많다.
파랗게 표시한 부분이 페니실린의 구조이다.
방금 언급한 약물들 외에 세팔로스포린 역시 페니실린과 마찬가지로 사각링 구조를 갖고 있어 베타-락탐 계열 약물로 분류된다. 물론 작용 메커니즘도 같다. 그러나 약간의 구조적 차이가 있어서 페니실린과는 다르며, 페니실린에 비해 그람음성균에 대해 효과가 좋고 안정성도 강하다. 페니실린의 사촌격으로 볼 수 있다.
세팔로스포린의 구조. 페니실린과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구조이다.
다양한 종류의 세팔로스포린들이 있으며 공통된 구조를 파랗게 표시했다.
페니실린과 마찬가지로 세팔로스포린도 좀 더 강한 효과, 넓은 작용범위, 높은 안정성 등을 위해 끊임없이 개발되어 수없이 많은 종류의 세팔로스포린 계열 약물들이 만들어졌다. 세팔로스포린들은 보통 '세대'로 구분된다. (1세대 세팔로스포린, 2세대 세팔로스포린 등) 세대가 높은 걸 쓰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항생제 내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의 사용은 질병의 치료나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지만 박테리아가 내성을 가질수 있게 한다. 박테리아가 내성을 갖는다는 의미는 해당 항생제에 대한 분해능력이 생기거나 침입한 항생제를 신속히 외부로 배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유전자를 획득하여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항생제 내성은 슈퍼박테리아의 출현과 같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항생제에 대한 오용과 남용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이 외에도 2차 대사산물은 굉장히 종류가 많은데 이러한 여러 가지 대사물질을 생산할 수 있으며 함유 성분도 다양한 버섯류의 용도는 굉장히 다양하다. 그 성분과 관련하여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고부가가치 건강식품 재료로 이용되고 있으며 새로운 의약품 개발 소재로서도 중요한 재료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균류 분야의 많은 연구가 시행되어져야 할 것으로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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