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화학의 기본개념] 표준전극전위(standard electrode potential)









표준전극전위



일반화학 교과서 및 많은 화학관련 교재의 뒷 부분에는 표준전극전위(standard electrode potential) 혹은 표준환원전위(standard reduction potential) 표가 첨부되어 있고, 중고등학교 및 대학의 많은 연습 문제에서 이 표를 이용하여 두 물질로 구성된 전지의 전위가 어느 정도일지 계산하는 문제가 수도 없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어느 물질의 반쪽반응을 표준전극전위로 나타낼 때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기만 하는 교육이 진행되어 온 것에 항상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우선, 용어상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면 많은 교과서에 최근까지, 일부는 현재에도 똑같은 용어를 표준환원전위라 표현되어 있다. 

실제로 반쪽반응이 환원되는 형태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표준환원전위라 부르는 것이 큰 무리가 없고, 많은 학자들이 그렇게 사용하여 왔고, 현재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물질이 산화될 때는 어떤 식의 반쪽 반응을 적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오래된 문헌들을 보면 환원형태로 나타낸 반쪽반응을 역반응의 산화형태로 표현하고 전위값의 부호를 바꾼 경우가 눈에 띄는데, 앞에서 설명한 전극전위의 정의를 기억해 보면, 잘못된 표현임을 금방 알 수 있다. 

표준수소전극에 대한 상대적인 전위값이므로 산화 혹은 환원의 방향과 무관하게 어떤 반쪽반응의 전위는 결정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부호 사용의 혼란, 용어의 혼란이 전기화학을 처음 접하고 배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되고, 처음에 혼동되기 시작하면 계속 혼동되고, 전기화학은 어려운 학문이라는 인식을 많이 가지게 된다. 이에 본 단락에서는 가장 효과적으로 표준전극전위의 의미에 대하여 설명해 온 방법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표준전극전위로 표현하는 것이 IUPAC에서 제안된 가장 적합한 표현 방법임을 밝혀둔다. 표준전극전위는 상대적인 값으로서 산화되기 쉬운 물질일수록 더 큰 음의 값을 갖게 되고, 환원되기 쉬운 물질일수록 더 큰 양의 값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밝혀둘 것은 표준전극전위값이 양이냐 음이냐는 그 물질이 산화되느냐 환원되느냐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즉, 전위값이 - 쪽에 있는 물질부터 + 값을 갖는 물질로 차례로 배열하게 되면, 단순히 열역학적인 관점에서 산화되기 쉬운 물질부터 산화되기 어려운 물질, 혹은 환원되기 쉬운 물질로 배열하는 것이다. 다른 표현으로 나타내면, 전자를 상대방에게 주기 쉬운 물질, 즉 환원력이 강한 물질, 다시 말하면 강한 환원제일수록 더 큰 음의 값을 가지게 되고, 산화력이 강한 물질일수록 더 큰 양의 값을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많이 알려진 환원제들은 음의 방향으로 큰 값을 가지는 쪽에 위치하게 되고, 산화제들은 반대로 양의 방향으로 큰 값을 갖는 위치에 존재하게 된다. 

표준전극전위는 반쪽반응에 대한 것이므로 두 개의 반쪽반응에 대한 전위값을 비교하면서 전자전달이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지 혹은 어느 물질이 전자를 주고, 어느 물질이 전자를 받을 것인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또한, 두 물질간의 전자전달을 통해 얻어지게되는 혹은 그 전달반응에 필요한 열역학적인 에너지가 얼마나 될 지 알 수 있는 정량적인 척도가 된다. 몇 가지 물질의 전극전위를 모아 놓은 다음 표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Half-reaction
Eo, V
Li+(aq) + e- Li(s)
-3.040
K+(aq) + e- K(s)
-2.924
Na+(aq) + e- Na(s)
-2.713
Al3+(aq) + 3e- Al(s)
-1.676
Zn2+(aq) + 2e- Zn(s)
-0.763
Fe2+(aq) + 2e- Fe(s)
-0.440
2H+(aq) + 2e- H2(g)
0.000
Cu2+(aq) + 2e- Cu(s)
+0.340
I2(s) + 2e- 2I-(aq)
+0.535
Ag+(aq) + e- Ag(s)
+0.800
Br2(l) + 2e- 2Br-(aq)
+1.065
Cl2(g) + 2e- 2Cl-(aq)
+1.358
Au+ + e- Au(s)
+1.68
F2(g) + 2e- 2F-(aq)
+2.866
표 2. 몇 가지 물질의 표준전극전위


앞의 표와 같이 표준전극전위가 가장 큰 음의 값을 갖는 것을 맨 위에 두고 차례로 정렬시키는 것이 저자가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다. 이는 각 물질이 가진 전자의 에너지가 큰 것부터 차례로 배열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고, 일반적인 에너지 도표에서 높은 에너지를 위쪽으로 두는 방식과도 일치한다. 

몇 가지의 예를 살펴보면 쉽게 표준전극전위의 의미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 귀금속으로 분류되는 금(Au), 은(Ag), 동(Cu)을 살펴보도록 하자. 비싼 귀금속일수록 오랫동안 그 광택을 유지한다. 광택을 유지한다는 것은 산화되지 않고 금속 형태, 즉 환원형으로 안정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Au/Au+ = +1.68 V, E°Ag/Ag+ = +0.800, E°Cu/Cu2+ = +0.340으로서 잘 녹슬지 않는 즉, 잘 산화되지 않는 것일수록 전극전위값이 더 양의 방향에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쉽게 산화되는 철(E°Fe/Fe2+ =-0.440)은 금, , 동에 비하여 더 음의 방향에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아주 쉽게 산화되는 1족의 금속원소들을 살펴보면,E°Li/Li+ = -3.024, E°K/K+ = -2.942, E°Na/Na+ = -2.713의 표준전극전위 값을 갖는 것으로부터 아주 쉽게 산화되는 물질, 즉 환원형보다 산화형이 훨씬 안정한 물질의 경우에는 무척 큰 음의 값을 가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Al의 경우에는 -1.676의 값을 가지는 것으로부터 무척 쉽게 산화됨을 알 수 있는데, 철보다 녹스는 것이 심하지 않은 것은 조밀한 알루미늄 산화막이 쉽게 형성되어 산소의 침투를 막아 더 이상의 산화를 방지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전자를 쉽게 받아 환원형이 안정한 할로겐 원소들을 살펴보면,E°F/F- = +2.866, E°Cl/Cl- = +1.358, E°Br/Br- = +1.065, E°I/I- = +0.535로서 대부분 양의 값을 가짐을 알 수 있고, 전기음성도가 가장 큰 F의 전위값은 가장 양의 방향에 존재함을 알 수 있다. , 전자를 끌어당기는 성질이 클수록, 즉 환원되기 쉬울수록 더 양의 방향에 존재함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이상의 세 가지 대표적인 경우만 보더라도, 표준전극전위는 산화되기 쉬운 물질은 음의 방향으로 전위가 나타나게 되고, 환원되기 쉬운 물질일수록 더 양의 방향으로 전위가 나타나게 된다. 전자를 내어주기 쉬운 물질, 환원력이 좋은 환원제(Mg, Na, Zn)들은 대부분 음의 방향의 전위에 위치하게 되고, 전자를 잘 빼앗아 오는 산화제(I2, Br2, Cl2)들은 양의 방향의 전위를 가지고 존재하게 된다.

결국, 표준전극전위는 수소/수소이온을 기준으로 하여 이 물질보다 더 잘 산화되는 물질은 음의 방향으로 차례로 늘어놓고, 더 잘 환원되는 물질은 양의 방향으로 차례로 늘어놓아 상대적으로 어느 것이 더 잘 산화 혹은 환원되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고, 정량적인 지표로 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여기서 전극전위를 표현하는 용어상의 문제를 잠시 짚어두고 넘어가도록 하려 한다. 저자는 전극전위값이 더 음의 방향에 존재한다, 혹은 더 양의 방향에 존재한다 등의 용어를 선호하는데, 여러 교과서나 문헌들에서는 전극전위가 높다/낮다, 크다/작다 등의 표현을 많이 볼 수 있게 된다. 이 경우에 높다, 크다 등은 더 큰 양의 값을 갖는다는 의미이고, 낮다, 작다 등은 더 큰 음의 값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대부분 사용되어지고 있지만, 전극전위가 높은 것은 더 양의 방향에 있는 것으로서 전자를 쉽게 내 주지 않는, 즉 전자의 에너지 입장에서는 낮은 상태를 의미하므로 혼동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헌에서 전극전위가 높다/낮다로 설명하고 있으므로 잘 염두에 두고 비교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전위값이 양이다, 음이다의 절대적인 표현은 거의 의미가 없고, 다른 반쪽 반응을 이루는 전극전위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음의 방향에 존재하느냐, 양의 방향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산화냐 환원이냐 혹은 전자전달반응의 자발성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온화경향(ionization energy), 전자친화도(electron affinity)는 여기서 이야기하는 환원력, 산화력과 일치하는 개념인데, 단지 반응이 일어나는 매체가 진공이냐 용액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이온화경향이 큰 물질일수록 전자를 잃고 산화가 되기 쉬운 것들이므로 표준전극전위값이 더 음의 방향에 존재하게 되고, 전자친화도가 큰 물질들일수록 전자를 받아들여 환원되기 쉬운 물질이므로 표준전극전위값은 더 양의 방향에 존재하게 된다. 

참고로, 짚고 넘어갈 것은 금속이온의 경우에 표준전극전위로 표시되어 있는 것들은 용매인 물이 배위된 상태의 전위를 나타내는 것이다. 다른 종류의 리간드가 붙어있게 되면 금속 주변의 전자분포가 달라지게 되어 전극 전위가 변화하게 된다. 이것은 실제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의 금속뭉치 화합물들이 리간드의 종류를 바꾸며 무척 다른 전극전위를 가진 물질을 만들어 내는 원리이다. 같은 구리이온으로 이루어진 금속화합물도 수 십에서 수 백 mV의 전위차이가 나타남이 알려져 있다. 

많은 교과서에서 오류를 범하고, 전기화학을 배우며 혼동되기 쉬운 부분이 하나의 일반적으로 환원형태로 표현되는 반쪽반응을 산화형태로 표현하였을 때 부호가 어떻게 되나 하는 부분이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표준전극전위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추후의 설명에도 유용한 자료이기 때문에 제일 흔하게 쓰이는 다니엘 전지의 반쪽 반응을 이루고 있는 Zn 와 Cu를 다음과 같이 나타내어 보도록 하자.


그림 1. 아연과 구리의 전극전위의 개념적 도시

Zn가 산화가 잘 되면, Zn2+는 환원되기 어려울 것이다. 산화가 잘 되는 것이나, 환원이 잘 안 되는 것은 음의 방향에 전극전위가 존재하게 된다. Zn/Zn2+의 전극전위가 -0.763이라는 것은 Zn/Zn2+쌍이 수소/수소이온 쌍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더 잘 전자를 내어주는 쌍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이고 정량적인 비교는 -0.763의 절대값이 의미하게 된다. 그러므로 ZnH+가 같이 있으면 Zn로부터의 전자전달이 가능하지만, Zn2+H2가 같이 있는 경우에는 자발적인 전자전달은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몇 교과서에 잘못 표현되어 있는 것처럼, 설사 계산의 중간과정이라 하더라도 만일 산화되는 경우에 이 반쪽반응의 부호를 바꾸어 +0.763이라 쓰게 되면, 표준전극전위의 기본적인 개념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며 Zn/Zn2+가 수소/수소이온보다 더 잘 환원되는 물질이라 바꾸어버리는 결과가 된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 일반화학, 분석화학 교재로 많이 사용되던 교과서(Hill & Petrucci, General Chemistry, 1-st ed. (1996), Harris, Quantitative Chemical Analysis, 4-th ed. (1995))에서도 이러한 오류를 범하여 그 동안 많은 학생들에게 전기화학은 혼동스럽다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최신 개정판에 이르러서야 그 오류를 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환원형태로 반쪽반응을 나타내건, 산화형태로 반쪽반응을 나타내건 상관없이 반쪽 반응을 나타내는 하나의 쌍에 대하여는 절대로 전위의 부호를 바꾸어선 안 된다. 

표준상태의 다니엘 전지는 -0.763 V (엄밀하게는 vs. SHE)의 전극전위를 가진 아연전극과 +0.340 V의 전극전위를 가진 구리전극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아연에서 구리이온으로 전자전달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를 앞의 그림 1과 같이 더 음의 방향의 값을 갖는 것을 위쪽으로 도시하면, 전자의 에너지가 높은 것들이 위쪽에 존재하게 되므로, 자발적인 전자전달은 위쪽에 있는 것으로부터 아래쪽으로 일어나게 되고, 두 전극 간에 발생하게 되는 전압은 두 전극전위의 차이로 계산하면 아무런 혼동 없이 쉽게 전지의 전압 및 전극전위의 상대적인 값에 따른 반응의 자발성에 대하여 평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두 개의 다른 반쪽반응으로 이루어진 전체 셀의 전압을 계산하는 경우에 부호를 절대로 바꾸지 말고, 환원이 일어나는 전극의 전위에서 산화가 일어나는 전극의 전위를 빼 주어, 즉 Ecell= Ecathode- Eanode 계산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다. 그러므로 표준상태에서 다니엘 전지가 나타낼 전압은 +0.340 - (-0.763) = 1.103 V 형태로 계산하는 것이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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